'중남미 수직 계열화 완성' 목표…미국 공략 위한 생산 거점
2022년부터 전체 수익 악화 지속…미국 매출 성장은 '긍정적'
한세실업이 중남미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 구축에 나서며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년 째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성과를 앞세워 실적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C&T GUATEMALA, S.A’와 ‘HANSAE ECOSPIN, S.A’ 등 과테말라 법인 소재 2곳에 대해 각각 477억원, 390억원의 채무 보증을 결정했다. 채무 보증 금액은 연결 기준 자기자본 대비 각각 7.42%, 6.07%에 해당하며, 보증 기간은 오는 5월 31일부터 2034년 5월 31일까지다.
이와 같은 행보는 한세실업이 올해 초 목표로 내세운 ‘중남미 수직 계열화 완성’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세실업은 지난 2022년부터 북미 시장과 인접한 과테말라에 방적, 염색, 봉제를 한 곳에서 하는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한세실업은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과테말라에 3억달러(약 43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한세실업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중남미 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사업을 적극 확대하기 위해서다. 중남미 지역은 미국 시장과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 등 효율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 또한 올해 목표로 내걸었던 ‘수직 계열사 완성’을 이룬다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중남미와 미국 지역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작년 말 한세실업은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를 인수했다. 텍솔리니는 합성 섬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원단 제조부터 염색, 인쇄까지 전 공장을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자동화 생산라인도 구축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현재 과테말라에 짓고 있는 원단 공장이 계획대로 올해 말 완공된다면, 텍솔리니의 기술력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세실업이 중남미 지역 법인을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 미국 지역의 매출을 늘릴 지도 지켜볼 만하다. 한세실업은 해외 생산 법인에서 만들어진 완제품을 미국 등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그 중 미국 지역은 한세실업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미국 지역에서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조3452억원으로 2.3% 증가했다.
한세실업은 작년 미국 성과 속 전체 매출도 증가했다. 작년 한세실업의 연간 매출액은 1조70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다만 호황기였던 2022년(2조2048억원)에 비하면 아직 완전한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수익성은 최근 2년째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769억원에서 2023년 1682억원에 이어 작년 1413억원으로 감소세다. 이 여파로 영업이익률은 2022년 8.1%에서 2023년 9.8%로 소폭 증가했으나, 작년 7.8%를 기록하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세실업은 최근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해외 법인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한세실업의 주요 해외 법인의 작년 3분기 누적 총 매출액은 2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3억원으로 전년 1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미얀마 ▲아이티 등 6곳에서 총 25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주요 6개 법인의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6개 법인 중에서도 한세실업이 핵심 지역으로 공들이고 있는 과테말라 지역 내 법인(HANSAE PINULA, S.A)이 작년 외형과 내실이 모두 확대되는 성과를 봤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해당 법인은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304억원)과 영업이익(4억7000만원)이 각각 전년 대비 23.5%, 176%씩 확대됐다.
한세실업이 성공적인 미국 지역 공략으로, 전체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업황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업황 회복이 저조해 선별적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작년 가동률 개선에 따른 인원은 증가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저마진 수주가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마진 제품의 오더 증가 트렌드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이익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작년 업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전체 실적이 하락했다”며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과테말라 등 다양한 국가의 생산 거점을 활용한 유연한 공급망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과테말라의 경우 원사부터 원단, 봉제까지 모두 가능한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사업 효율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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