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0일 17:4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다만 주가가 기업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이상 급등한 만큼 변동성 리스크를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발행주식의 60%에 달하는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사채(CB)가 존재하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6거래일만에 주가 400% 폭등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상지건설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상지건설 주가는 1일 3020원이었는데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하면서 1만5320원로 수직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407%에 달한다.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점 때문에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다. 임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퇴임했지만, 여전히 오리엔트정공, 형지글로벌 등과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부터 200억원 규모 주주우선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4차례에 걸쳐 정정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액면가 5000원에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까지 주가가 유상증자 발행 예정 가격보다 낮았던 만큼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게 여겨졌다. 상지건설 주가는 연초부터 3월까지 줄곧 5000원을 밑돌았다.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유상증자가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다만 기업 본연의 사업과 무관하게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만큼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효력 심사도 한층 깐깐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3일 광무 최대주주는 아틀라스팔천에서 협진으로 변경됐다. 협진은 엔켐그룹의 전략적 투자자로 알려진 곳이다. 엔켐과 아플라스팔천 등은 광무 및 중앙첨단소재 등의 2대주주로 남아있는 만큼 엔켐그룹과 협진의 협력 관계는 이어질 전망이다.
협진은 상지건설 지분 14.82%도 보유하고 있는데, 광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상지건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지분을 취득한지 2년만이다.
시장에서는 오정강 대표가 '아틀라스팔천→ 광무→ 중앙첨단소재→ 상지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한축을 전략적 파트너인 협진과 공동 경영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노린 주식 거래 등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상지건설은 보유하고 있던 CB 120억원어치를 영파, 글로벌제1호조합, 엠제이앤리 등에 153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CB는 2022년에 발행된 건으로 약 1년 뒤인 2023년 11월 상지건설이 132억원에 매수했던 것이다. 이번 거래로 상지건설은 약 2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해당 CB 전환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으로 CB 신규 투자자는 단기에 3배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해당 CB는 보통주 240만주로 전환 가능한데, 이는 기발행주식 수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상지건설 최대주주는 중앙첨단소재로 지분 18.6%(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10% 초반대로 낮아진다.
시장 관계자는 “해당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기존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협진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해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