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 초반 내려갈까…갈 곳 잃은 한국경제

세종=최민경 기자 2025. 4. 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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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2025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0%) 대비 0.5%p 하락한 수치다. /그래프=뉴스1


한국 경제가 길을 잃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1.5%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發) 관세 충격 속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환율과 가계부채 증가로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경기 부양보단 산불·통상 등 긴급 현안 대응에 집중됐다.

당장 지표부터 위험하다. 1% 초반대, 심지어 0%대 성장률을 예측한 기관들도 등장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한은의 전망치는 1.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5% 성장률을 전망한다. 하지만 모두 미국발(發) 관세조치가 본격화되기 전에 내놓은 전망이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

한은은 지난 17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오는 24일 발표될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월에 제시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2%였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5월 수정 경제 전망 발표 전 성장률 중간 집계 상황을 공개한 만큼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 충격까지 더해지면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이 낮아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2월 전망 당시 한은은 비관적 관세전쟁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경우 올해 성장률을 1.4%로 봤다. 실제로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더 세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출 둔화 흐름 지속을 언급하며 성장률 전망치가 1.5%보다 하회할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2월 성장 전망 시나리오를 두고 "너무 낙관적"이란 표현까지 쓴 만큼 성장률 전망이 1.4%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선 이미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10일 기준 주요 40여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라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탈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JP모건(0.7%) 7개 기관은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SC)는 성장률이 1%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구(IMF)가 오는 22일 발표하는 '4월 세계경제전망'도 추가 하향 조정이 확실시된다. IMF는 매년 1·4·7·10월 4차례 세계 및 회원국들의 경제전망을 공개하는데 1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은 직전 전망치보다 0.2% 내린 2.0%였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 관세 전쟁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기록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2000년대 이후 성장률이 2.0% 이하로 내려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과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0.7%), 2023년(1.4%)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성장률이 1.4% 아래로 내려가면 금융위기나 팬데믹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는 뜻이다.

대규모 추가경정(추경)예산 집행이나 금리 인하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 없이는 한국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한은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15조~20조원 규모보다 적다. 그마저도 내수 진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상공인 등 민생 지원보다 산불 피해 복구, 통상·인공지능(AI) 등에 분산돼있어 제한적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성장 효과가 0.1%p(포인트) 수준일 것으로 관측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를 공개했던 2019년 추경까지 살펴보면 0.1%p 성장 효과는 최저 수준이다.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 목적이 아닌 탓이다.

고환율과 가계부채 증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에 들어선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 9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은 1484.1원까지 뛰었다. 이후 주요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등으로 다시 1410원대까지 안정화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언제든 다시 150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

금통위는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하면서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희망은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조기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국정 리더십이 부재하면서 6월 3일 조기대선 전까지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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