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서비스가 확산되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이와 동시에 일부 사용자들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힘즈(Hims)와 킵스(Keeps) 등 원격의료 플랫폼을 통해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를 처방받은 일부 남성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때문에 고민하던 전직 미 육군 하사인 마크 밀리치(26)는 힘즈(Hims)라는 웹사이트에서 짧은 설문을 완료한 지 며칠 만에 피나스테리드 알약 한 병을 받았다. 약을 복용한 직후, 그는 불안감, 어지럼증,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경험했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다. 성욕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성기의 크기와 모양이 변했다. 그의 주치의는 이 모든 것이 복용한 약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피나스테리드는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97년부터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널리 처방돼왔다. 실제로 탈모 개선 효과는 입증됐지만, 성기능 장애와 우울증 같은 부작용이 함께 보고돼왔다.
피나스테리드는 1997년부터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상품명으로 널리 쓰여온 남성형 탈모 치료제다. 안드로겐성 탈모(AGA)의 주요 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탈모 진행을 늦추고 모발 성장을 유도한다. 하지만 효과만큼이나 잘 알려진 것이 바로 부작용이다. 성기능 저하, 우울감, 기억력 감퇴, 심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포함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러한 위험성을 반영해 피나스테리드 제제의 라벨을 수차례 수정했으며, 현재는 '성기능 장애가 약물 중단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음', '자살 사고와 관련된 사례 보고가 있음' 등의 경고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힘즈, 킵스(Keeps)와 같은 원격의료 기업들은 소비자 직거래(Direct-to-Consumer, DTC) 방식을 통해 약물을 제공하면서 광고 상에서 반드시 부작용을 명시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이로 인해 간편함과 저렴함이라는 장점만 강조되고, 위험성에 대한 고지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힘즈 플랫폼에서 두 해 동안 진료를 맡았던 조너선 데일리 내과 전문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본질적으로 최대한 많은 사용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임상적 판단보다 처방량이 우선되는 구조였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경향은 진료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사이너이 메디컬센터의 비뇨기과 전문의 저스틴 하우먼 박사는 "최근 들어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젊은 남성 환자가 급증했다"며 "이는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WSJ가 접촉한 남성 17명은 모두 원격처방을 통해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했고,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다수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플랫폼의 환자 안내 시스템이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플랫폼이 건강관리의 문턱을 낮춘 것은 사실이나, 탈모 치료제와 같이 장기 복용이 필요한 약물에 대해선 더욱 면밀한 환자 평가와 사후관리 체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기능 장애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플랫폼 기반의 진료에 임상적 윤리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의사 처방 있어야만 구입 가능…일부 환자에게 성기는 장애 보고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형 탈모(안드로겐성 탈모)의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경구용 약물로, 원래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약물은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보다 강력한 형태의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5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 억제제다.
탈모는 DHT가 모낭에 작용해 모발을 가늘고 짧게 만드는 퇴화 현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피나스테리드를 통해 DHT 수치를 낮추면 탈모 진행을 늦추고 일부 환자에서는 모발이 다시 자라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하루 1mg 용량이 남성형 탈모 치료에 사용되며, 3~6개월 이상의 장기 복용이 필요하다. 다만 복용을 중단하면 효과도 사라지고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피나스테리드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에서도 정식으로 허가되어 현재 국내에서도 피부과, 비뇨의학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흔하게 처방되고 있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하며, 특히 탈모 환자뿐만 아니라 전립선비대증 치료용으로도 5mg 용량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일반적인 탈모 치료의 1차 선택약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성기능 장애(성욕 저하, 발기부전), 정서적 이상(우울감, 불안), 드물게는 복용 중단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포스트-피나스테리드 증후군(Post-Finasteride Syndrome)'이 보고되고 있어 장기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복용 전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