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6·3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본인의 인지도만으로도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란 지적에 힘이 실린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월 10~11일 실시한 조사(18세 이상 성인남녀 1020명 대상·무선전화)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이준석 후보가 3자 대결을 펼친다고 가정할 경우 지지율은 각각 45%, 29%, 14%로 집계됐다. 이재명·홍준표·이준석 구도에서는 각각 44%, 29%, 11%, 이재명·한동훈·이준석 구도에서는 각각 45%, 25%, 11%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에 친윤인 김문수 후보가 될 경우 이준석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중도층 후보가 될 경우 지지세가 약해질 것이란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구도에서는 9%대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여론조사가 기존 정치판의 예측과 달랐던 점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기본적으로 10%는 깔고 있다는 점이다. 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뛰어넘는 대목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대선 윤석열과 이재명 구도에서 승패를 가른 격차가 1%도 안 됐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2% 득표도 박빙 승부에선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TK에서 19%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국민의힘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신호"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5~10% 정도 지지율로는 캐스팅보트 역할은 힘들다"며 "선거 막판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초박빙인 경우라면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유의미하지 못하단 분석이다.
'국힘 후보' 이준석 지지율에 영향 주나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준석 후보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란 주장에는 평론가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민주연구원에서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준석은 국민의힘의 여집합 후보"라며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탄핵 반대' 성향의 후보가 나올 경우 탄핵 찬성 보수층이 이탈해 이준석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만약 한동훈 후보가 되는 순간 캐스팅보트는 아무 의미 없는 얘기가 될 것"이라며 "한동훈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탄핵 찬성한 보수층) 지지율을 가져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문수·홍준표·나경원·이준석 등 후보 인물 중심으로만 보면 안 되고 누가 그들을 지지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이준석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범보수 단일화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이준석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빅텐트'론에 "선거 때마다 나오는 빅텐트론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독자 완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이 이처럼 빅텐트나 단일화에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지금 단계에선 당연히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빅텐트에 호응하면 이준석 후보는 당도 (제3지대의) 작은 당이기 때문에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입장에서 섣불리 제휴에 나설 경우 자신의 정치적 가치와 존재감이 희석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완주 의지를 보이며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신율 교수는 "대선 이후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친윤(친윤석열계)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국민의힘 내에서 이 부분을 생각할 단계가 아닐 것"이라면서 "경선이 끝나고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여론조사 결과를 보게 될 텐데 이때 예를 들어 이재명하고 국민의힘 간 양자 구도에서 오차범위가 4%포인트 내로 크지 않다면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고 만약 오차범위가 5~6%포인트 이상 된다면 이준석 후보하고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강윤 평론가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이준석은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준석이 지금의 이준석이 될 수 있는 것은 '반윤석열과 비이재명' 노선을 밀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 다시 국민의힘 일부로 재결합한다면 대중에게 정치적 소구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서 개혁신당 측에서 내세우는 프레임이 지난 총선에서의 동탄 모델이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도 단일화 요구를 거부하고 완주해 당선됐다. 이제 40세인 이 후보 입장에서는 오히려 총선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정치적 미래를 담보맡기고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나올 수 있는 비판이 과거 심상정 정의당 후보처럼 정권을 넘겨주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면 99.9%의 책임은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윤석열한테 가는 것이다. 나는 분명 정권 창출에 성공한 당 대표이고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는데 도대체 어디서 내 책임론이 있을 것인가"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이준석 후보는 계속해서 대구·경북 지역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4일 구미 금오산네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지역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1시간가량 시민들과 만난 이 의원은 안동으로 이동해 두봉 레나도 주교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이후 오후에는 안동 옥동사거리에서 현장 인사를 이어갔다. 지난 4월 8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후 대구에서 첫 현장 일정을 시작한 후 매일같이 TK를 찾는 모습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월 14일 대구에서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19%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대구·경북이야말로 어느 지역보다도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안타까운 결과를 남긴 정권이었다"며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젊은 세대가 바라는 새로운 보수 정치를 위해선 연대나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에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