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8일 공개한 8인 8색 비전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춘추전국의 각축전이다. 8명 후보는 이날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비전대회’에서 ‘대한민국의 도약과 미래비전’을 주제로 정견을 밝혔다. 발표 순서는 추첨으로 정했다.
“선진대국시대”를 내건 홍준표 후보는 “대한민국 국호를 빼고 다 바꾸겠다. 먼저 헌법부터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선출직 부통령제, 국회 양원제”를 제안했다. 나토식 핵 공유, 흉악범 사형 집행 등도 주장했다.
‘중산층 성장’을 내세운 한동훈 후보는 3·4·7(AI G3,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근로소득세를 감면해 계층의 이동성을 높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미래 성장 2개년 계획을 입안, 실천하고 평가받겠다”고 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150조원 투자도 밝혔다.
나경원 후보는 “이번 대선은 체제 전쟁”이라며 “지금은 간첩을 간첩이라 부르지 못하고, 좌파 사법 카르텔은 법치주의를 완전히 붕괴시켰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사전투표제 폐지, 자체 핵무장 등 전통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이념형 정책들이 많았다.
안철수 후보는 의사, IT 전문가 등 경력을 강조하며 과학 기술 발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서비스 산업을 ‘5대 산업’으로 제시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출신인 양향자 후보도 과학 기술을 강조하며 과학, 기술, AI, 수학인재 100만명 양성 등을 약속했다. 유정복 후보와 이철우 후보는 지역자치단체장 출신 후보답게 지방 균형을 내세웠다. 유 후보는 수도·국회·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이 후보는 전국 4개 권역을 500만 이상의 도시로 만들고 학업과 취업을 해당 출신지로 한정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전국 순회 경선 없이 토론회를 통한 1차(8인)·2차(4인)·3차(2인) 경선을 거쳐 내달 3일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1차는 여론조사만으로, 2·3차는 선거인단(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적용한다.
한편 유력 후보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격 불출마(12일)는 기존 구도를 흔드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탄핵 찬성 보수층과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한 후보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박상병 정치평론가)으로 예상한다.
전국지표조사(NBS)가 17일 발표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12%로 선두, 한 후보(10%), 김 후보(9%)가 뒤를 이었다. 탄핵 국면에서 급부상했던 김 후보는 하락세, 홍·한 후보는 상승세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심(尹心)’의 영향력은 빠르게 퇴조하는 분위기다. 안철수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에 “이제는 탈당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유정복 후보에 이어 두 번째 탈당 요구다. 친윤 행보를 걸었던 후보들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탈당 요구는) 시체에 난도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전날 대선 경선 후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나라가 혼란스럽다. 우리 윤석열 정권 책임”이라고 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대선 경선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