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 사이에서도 러 적대감 완화
‘러시아는 美의 파트너' 비율도 증가세
푸틴에 대한 불신은 여전… 57% 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행보에 미국 내에서 전통적인 적국으로 여겨졌던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층인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도 러시아를 적국으로 볼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퓨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50%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를 적으로 보는 미국인의 비율은 2022년 3월 침공 직후 70%까지 상승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태도 변화는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공화당 유권자 중 40%가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난해 58%에서 20%포인트(P) 가량 감소한 수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이 비율은 69%였다.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갖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전체 미국인의 34%는 러시아를 미국의 경쟁자로 보고, 9%는 러시아를 미국의 파트너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러시아를 파트너로 보는 비율이 12%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를 한 직후에 이뤄졌다.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몇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의 적국 또는 경쟁자라는 전통적인 외교 입장이 뒤집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친구’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친구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책임을 여러 차례 푸틴을 도발한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공언하며 민스크 협정을 파기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를 자금 지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하거나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보다 더 큰 상대에게 전쟁을 시작하고, 그 후 다른 나라(미국)가 미사일을 지원해주기를 바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이 완화된 것과 달리, 미국인들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강했다. 푸틴 대통령이 “세계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전체의 57%는 푸틴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촉구하면서 미국인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변화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미국의 대(對) 러시아 및 대 우크라이나 외교와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