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5일 직원들에게 이달 안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 수사, 윤 전 대통령 파면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경호처 직원 대다수가 사퇴 촉구 연판장에 서명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차장은 이날 오후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달 내 사퇴하겠다. 남은 기간 직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직원들이 사퇴 촉구 연판장을 돌리기 시작한 지 5일 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김 차장과 함께 사퇴 요구를 받은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오는 25일까지 장기 휴가를 낸 상태로 사퇴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지난 1월3일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체포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경호처 직원을 인사 조치하고 대통령실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호처 직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도 두 사람이 물러나지 않자 지난 10일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상명하복 관계가 뚜렷한 경호처에서 수뇌부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이 돈 것은 창설 62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틀 간 약 80%의 직원이 연판장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김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지시에 반대한 경호처 간부를 해임해달라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제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결국 경호처 내 집단 반발에 어쩔 수 없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경호처 내에서는 이달 말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당장 사퇴하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이 물러나면 경찰 등 수사기관이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경찰 등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삼청동 안가, 대통령 관저, 경호처 등의 폐쇄회로(CC)TV 자료 및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형사소송법 제110·111조에 따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때는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경호처 책임자인 김 차장이 불승낙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막아왔다.
다만 압수수색 대상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먼저 지정되면 김 차장이 사퇴해도 자료 확보가 어려워진다.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는 최대 15년간 열람이 제한되며,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거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열람할 수 있다.
이지혜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란 증거 인멸을 끝내고 도망칠 속셈인가. 도망치는 피의자가 사퇴 결심이라니 블랙코미디”라며 “물러난다고 법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