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Boeing) 항공기의 추가 도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성 대응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1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항공사들에 보잉 기체의 인수뿐 아니라 항공기 관련 미국산 장비와 부품 구매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무역 갈등 국면에서 미국 항공기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한 맞불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보잉 737 맥스 기종 약 10대가 중국 항공사에 인수될 예정이었으며, 일부는 미국 시애틀 보잉 공장 근처와 중국 저장성 저우산의 마무리 센터에 대기 중이다. 일부 기체는 계약 및 대금지불이 이미 완료된 상태로, 예외적으로 개별 심사를 통해 인수가 허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항공기와 부품에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관세만으로 미국산 항공기 도입 비용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며, 실질적인 수입이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의 핵심은 경제적 부담보다는 정치적 대응에 있다고 덧붙였다.
보잉과 중국 민항국, 중국남방항공, 에어차이나, 샤먼항공 등은 관련 질의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준야오항공은 787-9 드림라이너의 인수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잉은 중국에서 큰 시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세계 항공기 수요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시장으로, 2018년 기준 보잉 생산량의 25%가 중국에 인도됐었다. 그러나 2019년 737 맥스 추락 사고 이후 중국이 가장 먼저 운항을 중단했고, 미중 무역 갈등과 2024년 발생한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까지 겹치며 중국 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 항공사들은 유럽 에어버스와 자국산 COMAC C919 기종을 확대 도입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백 대의 보잉 기체를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유지보수 및 부품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잉은 무역 갈등 장기화가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