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대신 가격설정 논의
美 무차별관세 정책 영향
EU, 올 7월 習회담 추진
관계개선·공동전선 모색
![미중 관세전쟁 그래픽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12/news-p.v1.20250411.1e9c822e5a424139b6666dd285ceb06e_P1.jpg)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빠르게 밀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차별 관세 공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두고 이견을 보여 온 중국과 EU가 관계를 재정립하고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폐기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것 대신 수출 시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 8일 셰프초비치 집행위원과 왕 부장 간 영상회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최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왕 부장이 EU 측과 회담하면서 전기차 관련 협상을 바로 시작하고 양측 간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독일의 입장이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중국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EU의 관세 조치에 반대해 왔다. 왕 부장은 지난달 방중한 올리버 칩제 BMW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BMW가 중국과 EU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2023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1년간의 조사 끝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저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한다고 판단한 뒤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써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된 총 관세율은 기존 10%에서 최대 45.8%까지 인상됐다. 제조사별로 보면 BYD 27.0%, 지리자동차 28.8%, SAIC 45.3% 등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EU와 추가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EU는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고 관계 개선을 꾀하기 시작했다. 연일 ‘보복 조치’를 꺼내며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중국 역시 EU와의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과 EU 간 관계 개선 흐름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통화에서 중국과 EU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는 점에 공감하고 다자간 무역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남을 가졌다. 산체스 총리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 “일방적 공격이자 19세기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하반기 방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는 7월에는 중국과 EU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이번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과 EU의 정상회담이 2년 연속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원칙대로면 올해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려야 하지만, 시 주석이 브뤼셀 방문에 소극적이어서 EU 측이 방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EU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과 EU 지도자 간 회담이 성사되면 양측 관계가 급진전을 이룰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