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 수요 속에 해저 케이블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CRU에 따르면 2022년 약 49억 달러였던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은 2029년 약 217억 달러까지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 이상일 전망이다.
해저 케이블 시장은 전력 케이블과 광케이블 두 주요 부문으로 나뉜다. 해저 전력 케이블은 주로 해상 풍력 발전소 연결, 국가 간 전력망 연결, 에너지 수송 등에 활용된다. 해저 광섬유 케이블은 대규모 데이터 전송, 국가 간 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쓰인다. 전세계 통신의 약 99%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두 시장 모두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통신 기술 발전에 힘입어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통신사 위주로 이뤄졌던 케이블 구축 및 투자의 흐름은 글로벌 구글·메타 등 빅테크로 옮겨가고 있다. 통신데이터 기업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에 따르면 2017년 20개 밖에 불과하던 빅테크 소유 해저케이블은 올해 2월 기준 60개 가까이 늘어났다.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구글, 틱톡 같은 빅테크 기업이 구축한 국제 케이블 용량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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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몰딘 텔레지오그래피 리서치 디렉터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 등 콘텐츠 제공업체의 대역폭 성장률은 다른 모든 용량 사용자의 성장률을 앞지른다"면서 "기존 인터넷 사업자들이 장악해 온 업계를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직접 해저케이블 구축에 나서는 건 급증하는 AI·클라우드 수요 속에 데이터 속도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여기에 한발짝 더 나아가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주요 거점 지역마다 데이터센터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테크 중 가장 많은 해저케이블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올해 2월 기준 구글은 약 33개의 해저 케이블을 일부 또는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메타는 15개, 마이크로소프트(MS)는 6개, 아마존은 4개의 해저케이블을 소유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워터워스'라는 이름의 세계 최장 해저케이블 구축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약 5만 km 길이로 전 세계 5개 대륙(미국·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연결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통신사 위주로 해저케이블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글로벌 합작을 통해 케이블 등을 공동소유하고 있다. 이달 기준 현재 서비스 중인 8개의 국제 해저 케이블 중 KT는 5개, LG유플러스는 2개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올해 2분기 서비스를 시작하는 'Southeast Asia-Japan Cable 2'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SKB는 이달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새로운 국제 해저케이블 구축 컨소시엄 'E2A'(East Asia To North America)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