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확정됐습니다.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어 이 안건을 상정·심의·의결했습니다. 국민이 투표에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도 지정했죠.
이번 선거일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가 실시 사유 확정으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68조와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결정됐습니다. 선거일은 50일 전까지 공고돼야 합니다.
윤 전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파면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 대행은 14일까지 5월 24일∼6월 3일 중 하루를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해야 했죠. 국민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대통령 궐위일로부터 60일째가 되는 날인 6월 3일을 선거일로 지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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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서 여야 잠룡들의 출마 선언도 잇따르는 등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했습니다. 불과 55일 남은 짧은 대선 기간, 승기를 잡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각 당 예비 주자들도 잇달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예비 선거전부터 뜨거운 상황입니다.
조기 대선 날짜가 확정되면서 세부 일정도 정해졌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신청은 다음 달 10~11일 이틀간 받는데요. 각 정당은 이때까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진행해야 합니다. 짧은 기간인 만큼 국민의힘은 7일 당내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요. 더불어민주당도 9일 이재명 대표가 사퇴를 선언, 박찬대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돌입하며 대선을 향한 공식 준비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다음 달 4일 전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선거인 명부는 다음 달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작성하고요. 같은 기간 거소투표, 선상투표 신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거인 명부가 확정,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그다음 날인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도 시작되는데요. 본투표 전날인 6월 2일까지 22일 동안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엔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후보자 대담과 토론회도 열려 관심이 집중될 예정입니다.
유권자가 많이 오가는 건물이나 외벽에는 5월 17일까지 선거 벽보가 부착되고요. 책자형 선거공보는 5월 20일까지, 전단형 선거공보와 투표 안내문은 5월 24일까지 각 세대로 발송됩니다.
재외국민 투표는 다음 달 20~25일 엿새간 전 세계 공관마다 설치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요. 선상투표는 다음 달 26~29일 나흘간 실시됩니다. 사전투표는 다음 달 29~30일 이틀 동안 진행되죠.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본투표는 6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죠.
여야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도 속속 나와 눈길을 끄는데요.
이재명 전 대표는 9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조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2022년 8월 대표로 취임한 지 약 3년 만인데요.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지막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당 대표 일을 한 지 3년 가까이 되는데 나름 성과 있게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는 곧바로 경선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대선 채비에 나서는데요. 이르면 10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는 회복과 성장, 통합의 메시지가 비중 있게 담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마 선언 장소에도 큰 관심이 쏠리는데요. 소년공 출신인 이 전 대표는 2017년 19대 대선 때는 경기 성남시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20대 대선 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죠. 이번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조기 대선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회가 출마 선언 장소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별도의 선언식 없이 영상을 통해 출마 선언을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마 선언 장소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건 자신의 강점과 목표, 정책 방향을 어필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출마 선언은 후보로서 첫 공식 행보인 만큼, 자신의 정체성, 비전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때 배경이 되는 공간은 정치인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주는데요. 특정 장소의 유권자 및 정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효과는 물론,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고 지지층을 다지려는 시도로도 통할 수 있죠.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당시 정치권에서도 그가 윤 의사 기념관을 대권 선언 장소로 선택한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독립의 밑거름이 된 독립운동가 윤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곳에서 건국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였는데요. '애국'이라는 가치, 또 자신의 강점인 '법치주의' 가치를 함께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당시 풀이됐습니다.
이번 대선 예비 주자들도 정치적 상징성을 위해 출마 선언 장소를 고심해 선정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누구보다 깨끗하고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적임자이자 중도 소구력이 가장 큰 후보"라고 소개하며 "이길 수 있는 후보, 당선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달라"고 호소했는데요.
안 의원은 "경제와 일상을 복구하고 잘못된 과거를 일소하는 시대 교체가 필요한 때"라며 "이번에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국민 통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어 "윤석열 정권의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반성과 혁신을 기본으로 국민통합에 적극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의원이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사표를 던진 건 선언문에서도 강조한 '통합'의 가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의원은 7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출마 선언 장소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광화문 광장이 여러 다른 성격의 시위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하는 그런 장소"라고 설명했죠.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9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유 시장은 "오늘날 우리가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의 가치가 훼손되고, 분열과 갈등이 넘쳐나고, 정치꾼들의 야욕이 판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며 "거짓과 위선, 선동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치를 끝내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자유가 넘쳐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전했는데요.
유 시장은 "맥아더 장군은 5000분의 1이라는 성공 확률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온 인물"라고 장소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김 지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출마한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정권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죠.
그는 "저 김동연은 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첫 경제부총리, 저에겐 경제위기 때마다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30년 넘게 쌓은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고 자신하며 "제가 잘할 수 있고 제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의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말했죠.
김 지사는 출마 선언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요.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을 위한 출장으로,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정식을 갖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특히 강조했는데요. 이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설계하고 실행했던 국가 개조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60년 전 실시한 고속도로, 포항제철 건설, 새마을운동 등이 대한민국 성공을 이끈 것처럼 미래 60년을 설계하는 10가지 국가 대전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죠.
그런가 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질 예정입니다. 한 전 대표가 국회 계단을 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한 건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앞장섰던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요. 시대 교체를 위한 개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한 전 대표는 6일 SNS에 "87헌법은 우리를 선진국과 민주국가로 만들어 준 위대한 헌법이었지만, 탄핵 30번과 계엄으로 이미 통제력을 잃었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과 끝을 맞추는 책임정치 구현이 저의 권력 구조 개헌 의견"이라고도 적은 바 있죠.
또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데요. 출마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힌트(?)는 있습니다. 오 시장 측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출마 선언 장소는 4선 오 시장이 서울시정의 가장 중심축을 형성해 온 '약자동행' 정책을 대한민국 정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죠. 쪽방촌, 임대주택, 동행식당, 재건축·재개발구역 등 오 시장이 주거·복지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펴온 약자동행 정책을 대표할 수 있는 장소들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마 선언은 단순한 시작점이 아닙니다. 정치인의 정체성과 비전, 전략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핵심 장면과도 같은데요. 각자의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첫 무대가 바로 '장소'기도 하죠.
이번 조기 대선을 위해서도 각 잠룡은 자신이 서고자 하는 자리를 고심하며, 그 무대 위에서 국민에게 첫인사를 건넬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과거를 소환하고,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향한 문을 엽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장에서 실용을 외칠 계획인데요. 그 무대가 품은 메시지를 읽고, 어떤 길을 함께 걸을지 선택하는 건 유권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