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땐 한국 수출 7.5% 감소
한국이 대응하면 쌍방피해 불가피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발효 13년차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5% 관세율이 그대로 확정돼 발효될 경우 한국의 대(對) 미국 수출은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양국 간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 한국 수출도 62% 증가할 정도로 서로가 긴밀해진 만큼 한국의 대응에 따라 미국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액은 721억3231만 달러다.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하기 직전 해인 2011년 미국산 제품 수입액 445억6903만 달러 대비 275억6328만 달러가 늘었다. FTA 발효 이후 13년 사이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이 61.8% 급증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수입액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9월 두 나라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마무리 지은 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최근 4년간은 수입액이 매년 700억~8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당시 백신 수입을 비롯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지난해까지 전체 수입 증가액을 고려하면 발효 직전인 2011년 대비 연평균 127억 달러가량 수입액이 늘었다.
이는 당초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연구기관은 2011년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15년간 연평균 수입액이 11억5000만 달러 늘 것으로 내다봤었다.
한·미 FTA를 통해 양국의 무역이 활발해진 만큼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에스턴대 조사 결과 미국 정부가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은 7.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6800억 달러)에 대입하면 510억 달러(약 74조5365억원)가 줄어들 수 있다.
향후 양국 간 협상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한국이 중국 유럽연합(EU) 등과 마찬가지로 보복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 미국도 부담이 생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즉각 34%의 보복관세율을 부과했다. 20% 세율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EU도 미국 빅테크 규제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한국 정부도 다른 나라의 대응을 지켜보고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미국 수출액 중 3.5%를 차지하는 한국과의 무역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미국 수출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복관세와 함께 미국산 소나 오렌지 등을 타국산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고, 한국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는 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