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결제 과정에 35초나 걸려
6월까지 10만명 실거래 테스트
“예금 토큰으로 결제 가능한가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세븐일레븐에서 1800원짜리 바나나 우유 2개를 구입했다. 평소 같으면 삼성페이로 결제했겠지만 이날은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예금 토큰)를 사용했다. 진짜 되는지 반신반의했지만 직원은 이미 안내를 받은 듯 대수롭지 않게 “네,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걸로 결제하는 첫 손님”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7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과 함께 전날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석 달 동안 10만명을 대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거래 실험인 ‘한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참여자를 모집했고, 기자도 신청했다.
실거래 테스트를 위해 먼저 이틀 전 전자지갑을 개설했다. 신분증을 갖고 있으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대면으로 가능했다. 전자지갑에 들어가면 ‘예금 토큰’ 아이콘이 있는데, 이곳에서 예금 계좌에 있는 돈을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바꿀 수 있었다. 실거래 실험에서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이다. 우선 5만원만 토큰으로 바꿨다.
예금 토큰으로 결제 자체는 간편 결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예금 토큰 QR코드를 리더기로 찍으니 곧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결제 금액은 3240원. 예금 토큰 사용으로 10% 할인도 받았다.
다만 결제 준비 과정이 기존 간편 결제보다 번거로웠다. 간편 결제 서비스의 경우 스마트폰에 위젯을 설치하면 페이 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터치 몇 번과 지문 인식 한 번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예금 토큰으로 결제를 하려면 은행 앱을 먼저 실행한 뒤 ‘전자지갑 페이지 접속→예금 토큰 실행→비밀번호 입력→QR코드 실행→비밀번호 재입력’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간편 결제로 5초면 가능했던 게 예금 토큰으로는 35초 걸렸다.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 이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1명이던 대기 손님이 3명까지 늘어나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은 신청하지 못했다. 예금 토큰은 디지털 화폐지만 실제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을 토큰으로 전환한 것이라 원화와 같은 화폐 가치를 갖는다.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도 가능하다. 첫 번째 결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결제 줄을 서기 전 미리 QR코드를 켜 놨다. 한결 여유 있게 현금영수증도 발급받았다.
한은은 3개월간 실험 종료 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후 선보일 후속 테스트에서는 사용처를 확대하고 개인 간 송금 기능을 추가하는 등 테스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은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 이디야 커피 100여개 매장, 농협 하나로마트 6개점과 현대홈쇼핑, 땡겨요 등에서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