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싱크홀의 모든 것
빗물·지하수로 지층에 빈공간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 ‘싱크홀’
도로에 구멍 파인 것은 ‘포트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봐야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
미국선 실시간으로 침하량 측정
영국은 AI로 발생확률 지도제작
‘싱크홀’(Sinkhole) 공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재연되고 있다.
◇싱크홀은 무엇인가
언론 등에서 흔히 쓰이는 싱크홀은 지반침하(地盤沈下)의 한 종류다. 지반침하에는 크게 봐서 △싱크홀 △지반함몰, 땅꺼짐(Ground Sink) △포트홀(Pothole) 등이 있다.
싱크홀은 탄산칼슘 등으로 이뤄진 퇴적암 등이 빗물의 침투와 지하수의 이동 때문에 지층 내부가 용해되면서 빈 공간이 생기고, 상부 지반 하중을 견디지 못해서 지반이 자연적으로 내려앉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석회암층이 발달한 강원도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도로지반 함몰 시 싱크홀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반함몰, 땅꺼짐은 최근 주로 발생하고 있는 도로함몰 현상 등을 말하며 인위적인 원인(지하 매설구조물 등의 노후화 및 주변 굴착 현장 등)에 의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침하 정도는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규모나 형태, 지층 조건, 지하수의 속도 및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포트홀은 도로 포장면에 발생하는 구멍 파임 현상이며, 주로 여름 우기(雨期)나 겨울철에 눈이 녹으면서 발생한다. 포트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을 가장 광범위하게 표현하는 용어는 지반침하인데,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여전히 싱크홀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지반침하 발생 건수는 감소 추세
정부 공식 통계에서는 지반침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지반침하는 공식적으로는 “지하 개발 또는 지하 시설물의 이용·관리 중에 주변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을 말한다. 지반침하에 대한 정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 제2조 제2호에 규정돼 있다.
정부는 2018년 지하안전법 시행과 함께 지반 침하 발생 현황도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www.jis.go.kr)을 만들고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고받던 지반침하 관련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토안전관리원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반침하 사고는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2023년 161건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방치되던 지반침하를 막기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갖추면서 발생 건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지반침하는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귀중한 인명 손실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최다 발생
국토안전관리원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를 보면, 2019~2023년 5년 동안 지반침하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자체는 경기도로 전체 957건 중에서 197건을 차지했다. 광주(122건), 부산(85건), 서울(81건) 등에서도 지반침하 사고가 많았다.
2023년 기준으로 지반침하 사고의 발생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하수관 손상에 의한 사고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다짐(되메우기) 불량 △기타 매설물 손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기타 원인으로는 건설 공사로 인한 주변 지하수의 영향, 빗물 유입에 따른 토사 유출 침하 발생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3년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를 월별로 살펴보면, 8월에 241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6월(138건)이 차지했다. 2019~2023년 5년간 우기(6~8월)에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509건으로 전체 사고의 약 5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반침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기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의 지반침하 사전 예방
미국과 일본 등 지하 인프라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나라의 대도시에서는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GPR)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반침하 사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은 자체 개발한 지반침하 관측망을 통해 지반침하 모니터링(점검)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R 장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도 2013년부터 지반침하 모니터링 관측망과 지하수 관측망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상하이 도심 내에 500m 간격으로 지반측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반침하 관측망을 통해 실시간 일간 침하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일본도 지하 수위와 지반 침하 간 상관관계 분석에 관측망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반침하 방지를 위해 인공위성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반침하 관측을 위해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SAR)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합성개구레이더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으로 레이더 파를 순차적으로 쏜 뒤 레이더 파가 굴곡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이용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하는 레이더 시스템을 말한다. 플로리다주는 주 전역의 지반침하 발생 이력을 토대로 지반침하 위험성 평가·예측 지도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지반침하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AI)도 활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지반침하 원인 인자를 분류,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학습을 시켜 인자별 지반침하 발생 확률을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머신 러닝은 인공 지능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서울·부산 등을 중심으로 지반침하 방지를 위해 지표투과레이더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예산 제약 등의 이유로 지표투과레이더가 지반침하 예방 선진국 대도시보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공동(空洞·빈 공간) 탐사업계 관계자는 “매년 장마철에 토사 유실이 많은데, 올해 장마철이 되기 전에 지반침하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