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출업체는 이익 감소 리스크
종합상사는 환차익 발생해 수익 ↑
해외 자원·에너지 사업 긍정적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세와 한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환율에 산업계 곳곳에서 위기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상사업계는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 구입비가 증가해 이익 감소 리스크가 발생하는 수출 업체와 달리 종합상사는 해외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 수익을 통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1원 내린 1471원9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고환율은 수출 위주 한국 경제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고환율은 한국의 12개 주력 산업 가운데 반도체 등 9개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한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보다 수입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더 큰 것이다.
그러나 종합상사들에게 고환율은 호재다.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은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10% 올랐다면 지난해 세전순이익이 296억원, 2023년 세전순이익이 358억원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환율 10% 상승 시 지난해 3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더 얻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1위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지난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환율에 대해 “단기적으로 당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종합상사는 다른 수출 기업과 사업구조가 다르다. 상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기축통화인 달러로 수수료를 받는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트레이딩 수수료의 원화 환산 가치가 증가해 환차익이 발생하고, 이는 수익성 제고로 이어진다. 이 같은 트레이딩 사업 비중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코퍼레이션의 전체 매출에서 80~90%,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트레이딩 비중은 50~60%나 된다.
종합상사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해외 자원·에너지 사업에서도 환차익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거래에서 달러화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고환율로 미얀마 가스전, LNG 발전 사업 등 에너지 부문 수익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X인터내셔널은 동남아시아에서 니켈, 구리, 석탄 등 광산 개발 사업, 팜 농장 운영 사업 등을 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북미 등에 태양광 인프라를 구축한 후 현지 사업자에 매각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국제 거래가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다 보니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심화는 전 세계 기업 간 거래를 중개하는 종합상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통화스와프 계약 등 다양한 헷지 수단을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과도한 실적 급등락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