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과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하여

입력
기사원문
우혜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EBS '명의' 서울대 윤영호 교수의 삶과 건강 그리고 죽음 이야기
순간의 채움을 넘어 인생의 가치를 높이는 8가지 통찰
삶이 의미를 읽기 전에(윤영호 지음/안타레스/296쪽/17000원)


현대 사회는 너무 빨리 흘러가는 탓에 삶을 반추할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생존과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면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인지, 왜 이러고 있는지 까맣게 잊고 지내다 어느새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기 십상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게 마련인 인생인데 기를 쓰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살아내기만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어찌 살아왔는지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죽는다. 잘 죽으면 다행이나 대부분 말기 환자가 돼 고통스럽게 죽는다. 생명 연장의 신기루를 쫓는 와중에도 매일 900명 넘는 사람들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떠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오랫동안 이 부분을 지적해왔다. 단 한 번 뿐인 삶, 이렇게나 살다가 아무렇게나 떠나면 그만일까?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찾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사회적 구조에 의해 자주 휘둘리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삶을 형성할 능력을 지닌 존재다. 삶의 가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삶의 가치는 단순히 생존이 아닌, 우리 각자가 남기는 흔적과 관계로 정의된다. 윤 교수는 삶을 단순한 생존의 연속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랑의 위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랑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윤 교수는 인간이 가진 본능적 이타심과 사랑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삶의 깊이를 결정하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사랑은 적극적으로 나누고 키워야 하는 인생 최고의 가치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행복은 어떨까? 삶의 행복도 속도가 아닌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순간의 채움보다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태도와 습관이 바로 행복이다. 특히 배려와 감사가 행복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행복은 감정이므로 외부 환경보다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 곧 '후회 없는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택이다.

또한 더욱이 살아도 잘 살아야 하며, 잘 살려면 꼭 건강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무병' 장수를 바라지만 현실은 '유병' 장수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건강한 삶은 단순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신적 안정 속에서 이뤄진다. 윤 교수가 말하는 '전인적 건강'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실존적) 건강이 삶의 질과 생존에 필수 요소임을 확인한다.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윤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죽음을 인생의 허무한 끝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의미 있는 완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 준비하는 것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 저자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죽음을 떠올릴수록 삶은 더욱 또렷해진다. 삶을 사랑하는 만큼 죽음을 성찰함으로써 인생을 더 가치있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을 경험한다. 우리의 세포는 죽고 생기기를 반복한다. 사랑은 흔적이 되고, 기억은 존재가 된다. 삶이란 사라지면서도 남아 있는 것.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제 우리만의 답을 찾아야 할 차례다. 삶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게, 삶이 의미를 읽기 전에.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 현장르포' 뉴스人
  • 줌인(Zoom in)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