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골프에 빠졌는데, 제주는 왜 혼자 식었나?”.. 국내 최하위 기록한 ‘골프의 섬’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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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4.01. 오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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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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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투어’에서도 외면받아.. ‘당일예약’ 점유율 0.7%, 전국 꼴찌
가격 ‘동남아’, 거리 ‘수도권’에 밀려.. 제주 골프, “시계, 거꾸로 간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인구 500만 시대’. 모두 골프장을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단 한 곳,
이러한 흐름에서 멀어지는 지역이 있습니다.

‘골프 메카’로 불리던 게 2024년 골프투어와 당일예약 통계 모두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수도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에도 밀린 골프 시장.
과연 무엇이 이 지역을 추락하게 만든 걸까.

변화 없는 구조와 현실 인식, 뒤처진 전략이 결국 ‘골프의 섬’ 제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쇼골프·엑스골프 제공

■ 수도권은 ‘골프 특구’, 제주는 ‘기피지대’?


1일 골프통합플랫폼인 ‘쇼골프·엑스골프’에 따르면, 2024년 지난 한해 골프 당일예약 집계 결과 수도권이 전체 72.6%를 차지하면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주는 단 0.7%로 1%도 못 미치면서 전국 최하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의 20분의 1에 그치는 수준으로, 지리적인 한계에 따른 거리·접근성 문제와 함게 제주 골프 상품 자체가 사실상 당일 라운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1박 2일 이상의 패키지 골프투어에서도 점유율 8.1%로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강원도(35.8%)나 충청도(30.4%)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로, 과거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았던 제주의 ‘브랜드 파워’가 사실상 무력화된 셈입니다.


■ “항공권 껴도 제주보다 싸다?”.. 무너진 가격 경쟁력

조사 결과 제주의 평균 그린피는 16만 6,322원으로, 수도권(19만 312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혀 다르게 흘렀습니다.
수도권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폭주하며, 여전히 골프 수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습니다.

반면, 제주는 더 저렴한 요금에도 당일예약 점유율 0.7%로 전국 꼴찌를 기록하며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이 차이는 곧 ‘가격’보다 ‘거리와 시간’이 골프 선택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접근성에서 밀린 제주는 ‘합리적 가격’조차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더 큰 위협은 해외입니다.

연초만 해도 일본 골프 투어는 항공권을 포함한 3박 4일 패키지가 80만 원대에 불과해, 제주 1박 2일 투어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좋은 시설과 기후,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보장되는 해외로 빠르게 눈을 돌렸습니다.

최근 엔화가치가 100엔당 1,000원에 근접하면서 일본 골프 수요는 다소 주춤했지만, 수요는 완전히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엔화 환율로 일본 수요가 일시 정체된 건 맞지만, 소비자들은 대신 동남아·대만·홍콩·마카오 등지로 분산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동남아 역시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환대 서비스’와 ‘이국적 경험’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앞세우며 제주를 넘어서는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 골프 산업은 해외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국내에서도 거리와 시간에서 밀리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쇼골프·엑스골프 제공

■ 남성 중심, 50대 주력.. 제주가 놓친 핵심 타깃

또한 국내 골프 투어 소비자 성비는 남성 80.7%, 여성 19.3%로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조사됐습니다.

연령대는 50대가 압도적 57.4%를 차지했습니다. ‘소득 대비 여유시간이 있는’ 골프 소비의 핵심층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도 제주가 이들 타깃층에게 매력적인 요건을 갖췄는가 하면 이마저도 의문입니다. 교통편 불편, 시간 대비 효율성 저하, 고비용 구조는 50대 골퍼들에게 ‘멀고도 비싼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요일별 분석도 의미심장합니다. 당일예약은 토요일(18.9%)과 주말에 몰려 있는 반면, 골프투어는 월요일(19.7%)이 가장 많았습니다.
즉, ‘시간 여유 있는 골퍼’들이 월~화에 집중되고 있고, 결국 이 틈을 제주가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 업계 책임? 정책 실패?..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나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2024년 도내 골프장 내장객 수는 전년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특히 외지인 및 외국인 이용객은 무려 7.8% 급감했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골프 업계는 “가격 인하보다는 항공 연계 상품 개발과 외국인 캐디 양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중입니다.

관광 당국은 요금 인하 요청을 시도했지만 업계는 수용보다는, 대책 없는 평행선만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시장의 변화 속도는 빠른데, 제주는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바뀌지 않으면, 멀어지는 ‘골프의 섬’

골프는 더 이상 ‘소수의 레저’가  아닙니다. 수도권 중심의 당일 골프, 강원·충청권을 축으로 한 투어 골프는 이미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주는, 이 모든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따로 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거리, 시간, 접근성, 정책 어느 하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제주는 과거의 영광만 붙들고 있다”라며, “국내 골프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필요한 것은 업계의 자구 노력과 골프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혁신 없는 고립은 더 이상 관광도, 골프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느리고 독단적인 퇴보일 뿐”이라고 우려를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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