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헌재 신뢰 타격 불가피"…재판관 2인 퇴임 전 선고 예상
(서울=뉴스1) 김민재 이세현 정재민 기자 = 헌법재판소가 3월의 마지막 날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로써 3개월 넘게 이어지는 대통령 탄핵 심판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4월을 맞게 됐다.
법조계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 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헌재가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하고도 35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기간이다.
헌법재판관들은 31일 오전에도 평의를 진행했지만 선고 기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오후 5시 27분쯤 "선고 기일이 아직 지정되지 않았고, 평의는 계속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공보관은 "재판부는 오전에 평의를 열어 오전 중으로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국민적 관심과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인 만큼 신중에 또 신중을 거듭해 심리 중"이라고 말했다. 평의 횟수와 평결 여부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정형식 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먼저 심리하겠다고 말했는데 그것과는 결이 다르게 가고 있지 않나. 최소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헌재 차원에서 (진행 상황을) 밝혀줘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수명 재판관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 무조건 앞 사건부터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자고 해서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사무처장은 "심리할 만한 사항이 상당히 많은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신속하게 하신다고 말씀하신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탄핵 사건 하나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 사건이 같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재판부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답답하신 부분도 있겠지만 사정을 살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연했다.
재판관들이 정시에 퇴근하고 일부 재판관이 테니스 대회에 참가한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변론 절차를 종결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사회적 피로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탄핵 찬반 세력은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집회·시위를 열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도심에서 수만 명이 모인 집회가 계속됐다. 양측 간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고 있다.
경찰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탄핵 심판 시작 이후 헌재 인근을 경찰차 벽과 펜스로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지방 기동대를 매일 서울로 차출했는데, 예상과 달리 3월 내에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서 기동대원들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 관세정책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대통령 궐위 기간이 길어지며 한국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는 4월 중 선고를 예상하면서도 헌재 신뢰도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변론 절차를 종결해 버렸다가, 막상 선고하려니 문제가 많아 낭패를 보게 된 것"이라며 "변론을 좀 더 진행하고 선고는 변론 종결 후 평의를 거쳐 1~2주 이내에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한 방송토론회에서 "헌재는 본인들이 한 약속(신속한 탄핵 심판)도 지키지 않고,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사유를 설명한 적도 없으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 결정문을 보면 상당히 어지럽고 혼란스럽다"며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불안 때문에 헌재에 대한 불신이 계속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응답자 중에서 헌재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일주일 새 15%포인트(p)나 하락한 것을 지적, "탄핵 인용을 바라는 그 많은 수의 국민들 신뢰가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헌재가 앞으로 존립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판사는 "지금이 되면 적어도 결정문 초안 정도는 나와 있어야 하는데, 준비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선고 지연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4월 18일까지인 만큼 다음 달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선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헌재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심판 과정에서 재판관들이나 결론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최후의 인권 보루'인 헌재의 신뢰도에 금이 많이 갔다"며 "한때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헌재 결정에 불복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이 끝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한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