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이오의약품 장비, 美 처음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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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4.02.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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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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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디지탈, 옵텍 수출

대형 제약사·대학 등에 공급
인도에도 납품…유럽 수출 추진

日도 못만드는 일회용 세포배양기
디스코팡팡서 아이디어 얻어 개발
국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마이크로디지탈이 일회용 세포배양기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 한국산 바이오의약품 핵심 장비를 수출하는 첫 사례다.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는 31일 인터뷰에서 “인허가 과정을 비롯한 3년간의 준비 끝에 일회용 세포배양기 ‘옵텍’이 미국 산업용 장비생산 회사 파커하니핀의 브랜드로 현지에 출시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장비 전시회 ‘인터펙스 뉴욕 2025’에서 파커하니핀과 옵텍 판매 홍보에 나선다. 시장에선 마이크로디지탈이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파커하니핀은 108년 역사를 지닌 시가총액 120조원의 세계 1위 산업재 소부장 기업이다. 주로 우주·항공·방산 분야 모션(동작) 제어 장비를 생산하며 최근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제품은 화이자, BMS 등 미국 대형 제약사와 유수의 대학·연구소 등에 공급될 전망이다. 일회용 세포배양기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대당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일회용 세포배양기에 들어가는 소모품인 세포배양백도 파커하니핀에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

파커하니핀과 마이크로디지탈의 협공에 기존 미국 싸이티바, 써모피셔, 독일 싸토리우스 등 ‘빅3’ 중심의 시장 구조도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일회용 세포배양기와 관련 백 시장은 2024년 5조원에서 2026년 7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50% 증가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항체의약품 수요 증가에 파커하니핀 측에서 아예 거액을 주고 마이크로디지탈의 제조 기술을 사 갈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마이크로디지탈은 매년 막대한 로열티를 받게 된다”고 했다.마이크로디지탈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회용 세포배양기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시장도 장악해 일본 내 자체 제조 기업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은 세포배양액을 골고루 섞어 생산수율을 극대화한 회전교반 기술이다.

세포를 배양할 때는 적정 온도와 용존 산소량, 산성도(pH) 등을 유지해야 하고 양분 공급과 증식이 골고루 이뤄지도록 잘 섞어주는 것(교반)이 중요하다. 기존 교반 기술은 시소처럼 위아래로 섞거나 믹서기처럼 돌려서 섞어주는 방식이어서 구석구석 섞이지 않거나 세포가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디지탈 제품은 회전 시 상하좌우로 한꺼번에 움직여 세포가 골고루 섞인다”며 “디스코팡팡(빙글빙글 돌면서 위아래로 튕기는 놀이기구)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연내 유럽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인 인도 시장에선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 SII에 지난해부터 납품을 시작했다. 복수의 인도 회사와도 추가 공급을 협상 중이다. 김 대표는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3%에서 올해 50%로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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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바이오헬스부 기자입니다. 사실을 전달하는 데 충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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