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연구 거점… 지역과 상생 발전

박윤정 기자 2025. 3.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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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한국 고준위 방폐물 처분 기술의 실증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조감도. 태백시 제공
강원 태백시가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새로운 거점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 기술의 실증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의 최종 후보 부지를 태백시로 확정했다. 부지 예비타당성조사 심사와 함께 2026년부터 본격 건설에 착수해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 513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시설이 태백에 들어서면 세계적으로는 37번째가 된다.

URL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 기술의 기술적 안전성을 검증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핵심 연구 공간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으로 태백시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태백시 과학적·기술적 타당성 우수

태백시는 URL 부지 공모에서 암종의 적합성과 부지 적정성, 부지의 물리적 적합성, 주변 자연과 생활 환경의 영향, 주민 수용성, 지자체 지원 의지 등 평가 기준을 충족해 최종 선정됐다. 특히 태백 지역의 단단한 화강암 기반층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 연구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며 기존 탄광산업 대체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태백이 대한민국 방폐물 연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고급 연구 인력과 건설 분야 등 직간접적 고용 인력이 태백으로 많이 유입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의 연구 필요성

해외 URL.
URL은 방폐물을 직접 저장하거나 처분하는 공간이 아니라 안전한 처분 기술 개발을 위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는 순수 연구시설이다. 따라서 일부 주민이 우려하는 방폐물이 반입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스웨덴,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들은 1960년대부터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해 유사 연구시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전한 처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안전한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수용성 확보를 위해 URL은 필수 요소다. 고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할 시설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실증 연구 및 전문 인력의 양성과 훈련이 필요하다. URL 건설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URL은 대한민국이 자립적인 방폐물 처분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연구 시설이며 향후 글로벌 원자력 연구 협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태백시가 고준위 방폐물 전문 인력의 요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빍혔다.

태백시 경제적 파급 효과 및 미래 전망

태백시는 연구시설 유치를 통해 무탄소 에너지 도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석탄에서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되는 세계 첫 번째 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 시장은 “아쉽지만 100년 역사의 석탄 에너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태백은 미래 100년을 위한 신에너지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태백시는 URL뿐만 아니라 청정 메탄올, 산림 목재 클러스터, 경석 자원화 사업 등 다양한 친환경 산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나씩 가시화되고 있다. 이 시장은 “제1차 태백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2027년까지 추진하며 연구시설 유치를 계기로 신산업과 스타트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지속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URL 운영이 본격화되면 박사급 연구원과 가족 등이 대거 태백으로 유입될 전망이며 1500억∼3000억 원의 경제 효과와 8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향후 일정과 전망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원전 작업복 등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장이 경북 경주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하는 시설은 없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개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는데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 부지 선정 시점부터 중간저장시설은 20년 안에, 영구처분시설은 37년 안에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URL의 성공적인 운영은 태백을 글로벌 원자력 연구 및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 보유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될 것이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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