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이 희망으로” 움트는 ‘착한 리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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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24.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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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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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뻔한 물건 되팔아
이웃·선교사·장애인 후원
“내게 필요 없는 물품도 누군가에겐 필요한 나눔”
굿윌스토어 밀알일산점 장애근로인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고양의 매장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쓰던 물건도 이웃 사랑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 사랑의 리사이클링은 어려운 이들의 삶을 부축하며 희망을 전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엔 ‘천사가게’가 있다. 2005년 처음 문을 연 중고매장이다. 상점은 교인들이 기증한 의류 신발 생활용품 소형가전 문구류 등을 정상가의 20% 가격으로 되판다. 매장엔 동네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찾아온다. 월평균 매출은 300만원 정도다.

천사가게 운영 목적은 이윤 추구가 아니다. 나눔이 목적이다. 판매수익금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에게 긴급지원금으로 보낸다. 국내외 선교 현장에서 요청한 물품이 들어오면 판매하지 않고 전달하기도 한다. 매장은 교인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천사가게는 지난해에만 긴급지원금 4600여만원을 40여 가정에 흘려보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사회선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영구 안수집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천사가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웃 사랑 가르침을 실천하는 나눔의 공동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과 교인들을 돕는 일은 우리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길”이라고 말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천사가게 전경. 거룩한빛광성교회 제공


교인들이 모은 후원품으로 선교의 문을 열어가는 교회도 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지난 16일과 오는 23일 주일에 이주민 선교를 위한 선교 물품 기증 캠페인을 진행한다. 교인들이 기증한 의류 가방 신발 등은 국내 이주민센터와 해외 교회의 자립을 돕는 선교자원으로 재활용된다.

오륜교회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교인들이 매회 캠페인마다 모으는 후원품은 1t 트럭 2대 분량. 후원품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필리핀 몽골 출신 이주민이 출석하는 교회와 센터에 전달된다.

오륜교회 이주민선교팀 고정한 집사는 “중고품 후원은 가난한 자, 작은 자 누구나 하나님의 선교사역에 어렵지 않게 동참할 수 있는 좋은 통로”라며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4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번 캠페인이 이주민 교회의 자립을 부축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가교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륜교회 교인들이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교회 앞에서 '이주민 선교를 위한 선교 물품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륜교회 제공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에서도 후원과 나눔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장애인들의 일터다.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시민들에게 판매한다. 현재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 35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의류 도서 생활용품 가전 가구 전자기기 등을 시중가의 20~60% 값으로 판매하는데, 수익금은 장애인 직원 450명의 월급이 되고 있다. 주요 기독교 절기를 비롯해 장애인의날 등 기념일에 후원품을 보내거나 상시 후원에 참여하는 한국교회는 150곳에 이른다.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부문장은 “물건 기부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라는 가치도 지닌다”며 “굿윌스토어 기부는 장애인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장애인식을 변화시키는 힘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 부문장은 “각 가정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10~20개는 있을 것”이라며 “내게 필요 없는 물품으로도 누군가에겐 필요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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