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바이오디젤 팜유 비율 상향
산림 훼손 비판에 팜유 생산 제동
팜유 수급 불안에 대두유 등 동반 상승[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식용유의 대명사로 통하는 팜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생산이 정체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달부터 바이오디젤에 들어가는 팜유 비율을 올리면서다. 팜유 가격 급등으로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대체재인 대두유, 해바라기유, 유채유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팜유는 식물성 기름으로 식품과 화장품, 청소용품, 바이오디젤 등 모든 분야에 쓰인다.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 등 신흥시장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식물성 기름의 최대 구매국인 인도에서는 2022년 말까지 팜유가 대두유보다 400달러 이상 저렴했지만, 최근 6개월 동안은 가격이 역전됐다. 이에 팜유에는 100달러 이상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팜유 가격을 끌어올린 주된 원인은 인도네시아의 정책 변화가 크다. 인도네시아는 이달부터 바이오디젤에 들어가는 팜유 비율을 35%에서 40%로 올리기로 했다. 오는 2026년에는 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내년에는 항공유에 팜유를 3% 혼합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책 변화로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량은 2024년 2950만t에서 2030년 2000만t으로 약 3분의 1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는 팜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규모 농장(플랜테이션)의 산림 벌체 문제로 팜유 생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요 생산국인 말레시아에선 신규 농장 개발이 어렵고 재배지 갱신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전체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의 재배 갱신이 부진한 실정이다.
농민들이 팜 나무를 다시 심는 데 소극적인 것도 공급이 줄어든 배경이다. 팜 나무는 20년이 지나면 생산성이 떨어져 25년 주기로 새 나무를 심어줘야 한다. 하지만 새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3~4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농가는 수익을 내지 못해 농민들은 재경작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팜오일 생산량을 늘렸지만,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 증가에 비해 신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에서 팜오일 농장에 대한 신규 허가 발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발도상국의 30억~40억명의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팜유 가격 상승은 다른 식물성 기름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인도 파탄잘리 푸즈의 산지브 아스타나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팜유에서 대두유와 해바라기유로 전환하면 이들의 가격도 뛰고 있다”며 “다만 이 기름들은 가용량이 한정돼 있어 팜 오일의 자리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