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더 속이 답답하시죠?”...한국 최초 양약으로 풀어보세요 [MK약국]

입력
기사원문
박준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약 중 가장 오래된 약은 어떤 것일까요?

과거 조선시대에 상처나면 된장 발랐던 것 감안하면 된장이나 약초 같은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식이면 사실 원조 찾기가 어려운지라 근현대 시대에 나온 최초 양약(洋藥)으로 범위를 좁혀 보겠습니다.

이쯤 되면 답이 생각나실만한 분이 있으실겁니다. 맞습니다. 1897년 출시돼 127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부채표 마크가 있는 동화약품의 ‘활명수’ 입니다. 요즘 정국이 어지러워 속이 답답한 분들 많으실텐데, 이 제품 찾으시는 분들도 많아지시겠네요.

<사진=챗GPT>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개발...독립 운동 자금 밑천 되기도


활명수는 1897년 궁중 선전관(형명(形名)·계라(啓螺)·시위(侍衛)·전명(傳命)·부신(符信)의 출납을 맡았던 무관직)이자 기독교도였던 민병호 선생이 수년의 연구 끝에 만든 소화제입니다. 약을 개발한 이후 민병호 선생은 아들 민강 선생과 함께 지금의 서울 서소문로에 있던 자신의 집에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설립했습니다.

궁중에서만 복용되던 생약의 비방을 일반 국민에까지 널리 보급하고자 서양의학을 접목해 개발했다고 하네요.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活命水)는 아선약, 육계, 정향, 현호색, 육두구, 건강, 창출, 진피, 후박, 고추틴크, L-멘톨의 11가지 생약성분이 들어 있는데, 소화불량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했습니다. 약이 없던 당시에는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이 후 동화약품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헌신했습니다. 1919년 3·1 운동 후 체계화된 독립운동을 위해 세워진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 간 비밀연락망인 ‘서울연통부’를 동화약방에서 운영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서울 순화동 동화약품 창업지(서울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에는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에 의해 ‘서울연통부 기념비’가 세워져, 서울연통부의 활약상과 설립 의의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시 동화약방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은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행정책임자였습니다. 이 때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으로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는데,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으로 이동할 때 활명수를 지참해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하네요. 우리가 요즘에는 쉽게 마실 수 있는 활명수 한 병에 이런 사연이 담겨있다니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고 고문 후유증에 시달렸던 민강 선생은 1931년 안타깝게도 건강 악화로 순국하셨습니다. 이후 동화약방은 독립운동으로 인한 외압으로 경영이 어려워졌지만, 1937년 민족기업인인 윤창식 선생이 인수해 사장으로서 그 역사를 이어갔고, 지금은 그의 손자인 윤도준 회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초기 활명수 모습. <사진=동화약품>
故 민강 선생. <사진=동화약품>
故 윤창식 선생. <사진=동화약품>
年 매출 800억, 액상소화제 1위
활명수가 단순히 첫 양약이라는 점만 가지고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기 비결을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드셔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부작용이 별로 없고 먹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1967년 기존 활명수에 탄산을 첨가한 ‘까스활명수’가 나오면서 활명수는 청량감까지 더해 액상소화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원래 활명수는 탄산 있는 ‘까스활명수’ 아니었었나’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많이 마시는 까스활명수는 이 때부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동화약품은 1991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해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했고, 2020년 9월에는 스틱형 파우치 소화제 활명수-유를 10ml 용량으로 출시하며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회사의 노력과 국민들의 사랑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까스활명수는 지난 2020년 기준 일반의약품 중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제품으로 꼽히기도 했죠. 활명수 브랜드는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2023년에는 약 8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액상소화제 시장 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판매된 활명수는 총 90억병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통계 산출 기간이 밝혀지지 않아, 지금은 아마 이 보다 더 많은 수가 팔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아제약, 생약소화제 ‘베나치오’로 도전
특정 제품이 잘되면 경쟁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동아제약은 소화불량 등 활명수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생약소화제 ‘베나치오’를 지난 2009년 첫 발매했습니다. ‘아픈 배가 낫지요~’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베나치오는 일반의약품으로 활명수와 마찬가지고 약국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기름진 음식∙육류 소화에 좋은 회향, 창출 등 7가지 생약 성분이 둔해진 위를 운동시켜 빠르고 시원한 소화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유소아도 복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린이 배앓이에 자주 동반되는 설사, 묽은 변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오매(매실을 훈증한 생약 성분)와 아선약 성분이 함유된 점이 눈에 띄네요.

후발 주자이다 보니 방송인 이경규씨와 함께 TV 광고를 활발하게 진행했고, 옥외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며 인지도를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덕분에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00억원 매출을 돌파한 후, 지난해 1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활명수’와 새로운 도전자 ‘베나치오’의 선전에 모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속이 답답할때 먹어야 하는 약들이 인기를 얻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연말 잘 보내세요!

동아제약의 생약소화제 ‘베나치오’ <사진=동아제약>


기자 프로필

구독자 0
응원수 0

매일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입니다. 많이 듣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