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윤석열에게 공표 여론조사 설문지 미리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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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18. 오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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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 관계사가 의뢰한 PNR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보다 윤석열 지지율이 높았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겨 김건희씨가 걱정하자, 명씨는 해결하겠다고 답했고 방법을 찾았다.
지난해 11월14일 명태균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했다. ©시사IN 조남진


선거철 정치인에게 여론조사 결과만큼 민감한 게 없다. ‘밴드왜건 효과(유권자가 대세를 따르는 현상)’ 때문이다. 일단 높은 지지율이 나와야, 지지도가 더 높아진다. ‘조사’가 ‘대세’를 만드는 이런 현상 때문에,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투명성을 요구받으며 공적 기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이하 여심위)과 제도(공직선거법 등)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어느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 설문지 내용을 미리 공유받았다면? 여론조사 의뢰 기관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조사 결과나 조사 의뢰 기관 변동사항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면? 그렇게 실행된 여론조사를 통해 그 정치인의 ‘대세’가 만들어지고 결국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짐작했다시피, 그 정치인은 윤석열, 여론조사 의뢰 기관 관계자는 명태균씨다.

〈시사IN〉이 입수한 명태균-윤석열 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2021년 7월23일, 윤석열은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전 설문지를 미리 공유받았다. 명태균은 윤석열에게 ‘뉴데일리안(뉴데일리를 잘못 쓴 것으로 보임)-시사경남 1차 정기여론조사 설문지’라는 제목의 문서를 캡처한 이미지를 여러 장 보냈다. 이로부터 닷새 뒤인 2021년 7월28일, 피플네트웍스리서치(이하 PNR)라는 여론조사 기관이 ‘뉴데일리’와 ‘시사경남’의 의뢰로 제20대 대선 관련 첫 정기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이 32.1%로 1위를 기록했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5.7%로 2위였다(이하 인용한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2021년 7월23일 명태균씨가 뉴데일리-시사경남 1차 정기 여론조사 설문지를 조사 5일 전에 윤석열에게 보냈다.


‘뉴데일리’와 ‘시사경남’은 언론사다. ‘시사경남’은 명태균씨가 운영한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언론사가 어떤 기관에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의뢰했는데, 그 언론사나 조사기관이 해당 조사에 쓸 설문지를 특정 대선주자에게 미리 보내는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그 정치인이 의뢰한 조사가 아닌 이상 설문지를 미리 보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설문지를 받아본 정치인이 문항을 빼달라거나 바꿔달라고 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고, 그런 요청을 반영한다면 불공평한 여론조사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명태균이 윤석열에게 미리 보낸 설문지와 여심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문지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발견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고시에 따라, 여심위에 선거 관련 문항 조사 결과표를 올릴 때, 설문지 전체를 다 올리게 되어 있다. 만약 실제 조사에서 물어본 문항을 제외하고 올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윤석열이 공유받은 설문지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유죄 확정판결(2021년 7월21일)에 대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첫 문항으로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연달아 다음 대선의 정권교체 필요성을 묻는 문항이 나온다. 여심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문지에는 이 중 드루킹 관련 문항이 빠져 있고, 정권교체 필요성 문항은 뒤쪽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설문지를 미리 받은 윤석열이 무언가 피드백해서 바뀌었는지, 다른 사유 때문에 설문지 내용이 변경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명태균이 윤석열에게 최종본이 완성되기 전 ‘의견 수렴’을 위해 설문지를 보냈을 정황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윤석열은 2024년 11월7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명태균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라면서, 명태균씨나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미 발표된 여론조사나 다음 날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보내주는 일은 선거 때 수도 없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정당이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비(非)공표 여론조사가 아닌, 언론사 등 제3자가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공표 여론조사의 설문지를 의뢰자가 정치인에게 미리 보내주는 건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시사IN〉이 입수한 윤석열·김건희씨와 명태균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이들의 관계는 여론조사 결과를 단순히 미리 보내주는 정도를 넘어선다.

“제가 정리할게요. 걱정 마세요 ㅎㅎ”



윤석열은 2021년 3월4일 검찰총장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대권주자 행보를 시작했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는 PNR에 의뢰해 2021년 4월18일부터 매주 대선 관련 정기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명태균씨는 부인하지만,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는 곳이다).

2021년 6월18일 김건희씨와 처음 만나면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연이 닿은 명태균씨는, 기록상 확인되는 김건희씨와의 첫 카카오톡 대화 때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기 시작한다. 명태균씨는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해 PNR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하루 전인 2021년 6월26일과 7월3일 김건희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보안 유지를 부탁한다. 김건희씨는 각각에 “넵!” “넵 충성!”이라고 답한다.

2021년 6월26일 명태균씨가 김건희씨에게 다음날 공표될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PNR 조사결과를 보냈다.
2021년 7월3일 명태균씨가 다음 날 공표될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PNR 조사결과를 전송하며 보안 유지를 부탁하자, 김건희 여사가 ‘충성’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2021년 7월5일 김건희씨는 “누가 보내왔습니다”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명태균씨에게 전달한다. “머투(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이 다음 주부터 피앤알(PNR) 여조(여론조사) 중단시킴. 숫자가 이상하다고(윤이 높게 나온다고) / 뉴시스는 편집국장이 글로벌리서치랑 아는 사이라 갑자기 진행.” “이재명 쪽에서 머투에 피앤알 조사 문제삼아왔음. 그게 통한 듯. 머투에 항의 필요.” 이에 명태균씨는 “제가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라고 답하고, 김건희씨는 “아 다행이네요. 해결 가능한 거죠? ㅠ. 걱정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2021년 7월5일 김건희씨가 명태균씨에게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이 PNR 여론조사를 중단시키라고 했다는 내용을 명태균씨에게 전했다.


실제로 당시 PNR 여론조사는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윤석열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의 장모가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인 2021년 7월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가 36.1%로 직전 주(32.7%)보다 오히려 올랐다. 이는 비슷한 시기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의 윤석열 지지율(6월29일~7월1일, 25%)이나 전국지표조사(NBS)의 윤석열 지지율(7월5일~7월7일, 21%)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였다.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하는 정기 여론조사는 2021년 7월11일부터 공표되지 않았다.

명태균씨는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압력을 넣어서 〈머니투데이〉가 조사를 중단했다는 뉘앙스로, 김건희씨에게 말했다. 2021년 7월12일, 명씨는 김건희씨에게 “지난 주말에 본인들(당시 정부·여당)에게 우호적이지 않게 여론조사가 나오는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은 조사 중지 압력을 주었습니다” “공산당이 따로 없어요. 이 정권”이라고 카카오톡을 보낸다. 김건희씨는 “ㅠ걱정이네요”라고 답했다. 같은 날 PNR 여론조사 중단을 알린 〈조선일보〉 기사에 김건희씨가 “어쩌죠”라고 걱정하자, 명태균씨는 “관계 없습니다. 대안을 다 마련하겠습니다.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2021년 7월12일 김건희씨가 PNR 여론조사 중단을 걱정하자 명태균씨가 정부 여당 측 압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7월12일 김건희씨가 머니투데이의 PNR 여론조사 중단을 알리는 조선일보 기사에 걱정하자, 명태균씨가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명태균씨가 말한 ‘해결’이란, 여론조사를 공동 의뢰해줄 다른 언론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2021년 7월12일 대화 전인 7월3일까지는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정기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7월28일부터는 뉴데일리와 시사경남이 PNR에 일주일 단위 정기 여론조사를 의뢰하기 시작했다(시사경남과 미래한국연구소 모두 명태균씨 관계사다). 이렇게 정기조사 공동 의뢰 언론사를 바꾸고 나서 처음으로 시행할 여론조사의 설문지를, 명태균씨는 윤석열에게 조사하기 닷새 전에 보낸 것이다. 뉴데일리·시사경남이 PNR에 의뢰한 첫 정기조사 결과가 나오자, 명태균씨는 이를 공표 하루 전인 2021년 7월28일 김건희씨에게 보내며 보안 유지를 부탁한다.

2021년 7월31일에는 〈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한 여론조사가 실시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화도 있다. 2021년 7월26일 김건희씨가 “세계일보는 해결된 건가요”라고 묻자, 명태균씨는 “세계일보는 구체적인 내용은 내일 결론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매우 긍정적으로 얘기가 끝났습니다”라고 답했다. 닷새 뒤인 2021년 7월31일 실시된 〈세계일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PNR 조사에서는 윤석열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35.3%를 기록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23.2%)를 큰 차이로 앞섰다.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이나 전국지표조사(NBS) 조사에서 이재명이 25~28%, 윤석열이 19~22%를 기록한 것과 차이가 컸다. 명태균씨는 2021년 8월1일 〈세계일보〉·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와 이 조사를 보도한 기사를 윤석열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냈고, 윤석열은 ‘체리 따봉’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사흘이 지난 2021년 8월2일 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홍보하며 ‘정권교체 해낼 사람 누구입니까?’라고 적었다.

2021년 7월26일 김건희씨가 세계일보는 해결된 건지 묻자 명태균씨가 긍정적으로 얘기가 끝났다고 답했다. 이로부터 5일 뒤인 7월31일 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021년 8월1일(추정) 명태균씨가 윤석열에게 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기사를 보내자, 윤석열이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윤석열은 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국민의힘 입당 직후인 2021년 8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홍보했다. ©윤석열 유튜브 갈무리


이렇게 명태균씨는 대선 기간에 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윤석열에게 적어도 세 차례, 김건희씨에게 여덟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총 11개 중에서 세 개는 공표 전날에, 나머지는 공표된 날 당일에 보냈다(공표 몇 시간 전에 보낸 것도 있다). 모두 미래한국연구소나 시사경남이 다른 언론사와 공동으로 PNR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였다. 명태균씨는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도 김건희씨에게 두 차례(2021년 8월28일자, 9월4일자), 윤석열에게 두 차례(2021년 9월30일자, 10월21일자) 보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이렇게 최소 15차례 공표·비공표 자체 여론조사를 제공받고도 공표 여론조사 회당 440만원,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 회당 400만원(미래한국연구소 회계 기록)에 달하는 비용을 공식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회계 자료에도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한편 명태균씨는 김건희씨에게 2021년 7월27일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표도 한 차례 보낸 적이 있다.

2021년 8월18일 윤석열이 뉴데일리·시사경남이 의뢰한 PNR 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당일 명태균씨에게서 받고 “홍(준표), 유(승민)는 민주당 지지가 10%씩 되네요”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등 위반 소지



지난 대선 기간 미래한국연구소 혹은 시사경남은 PNR을 통해 공표 여론조사 58회, 비공표 여론조사 23회(자체 조사 14회, 면밀 조사 9회) 등 모두 81회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비용은 3억7520만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에 따르면 〈머니투데이〉나 뉴데일리 등 공동 의뢰 언론사들은 여론조사 비용을 내지 않았고, 비용은 모두 미래한국연구소가 부담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지방검찰청은 2024년 11월13일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명태균씨 제공 여론조사가 명씨의 비용 부담으로 실시되는 것임을 김건희씨가 인식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렇게 서술했다.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이 제공하는 여론조사가 윤석열 후보에게 우호적인 여론조사인 점과 이재명에게 우호적이지 않아 이재명 측에서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이 제공하는 여론조사를 단순히 참고 삼아 제공받은 것을 넘어 피의자 명태균에게 윤석열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요청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습니다(〈뉴스타파〉 공개 검찰 수사보고서, ‘PNR 및 서버 보관 장소 압수수색 필요성’).”

2021년 8월28일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송하면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9월4일 명태균씨가 김건희씨에게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며 “어제 조사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건희씨만 언급했지만, 윤석열 역시 공표 여론조사를 세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두 차례 직접 제공받았고 답장도 했으며, 동시에 명태균씨로부터 각종 정치적 조언을 받았다. 이를 고려하면 윤석열도 명태균씨가 비용을 들여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이 여론조사들의 대가를 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치렀을 수도 있다.

〈시사IN〉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전략공천해달라는 명태균씨의 부탁을 받고 “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상현이’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으로,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건희씨도 같은 날 명태균씨와 통화에서 “당선인(윤석열)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김영선 전 의원을) 밀으라고(밀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2022년 5월10일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 “누구를 공천 주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다”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라던 2024년 11월7일 윤석열의 기자회견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윤석열이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활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공천에 개입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윤석열·김건희가 제공받은 여론조사 상당수는 조작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예컨대 윤석열이 명태균씨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직접 받은 2021년 9월30일자 비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실제로는 1015명만 조사했으면서도 응답자 수를 2008명으로 부풀렸다. 미래한국연구소는 과거 비공표 여론조사에서 표본추출 등을 적정하게 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다(명태균씨는 자신은 통계를 보정하라고 했을 뿐 결과 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2021년 9월30일(추정) 명태균씨가 윤석열에게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송하며 보안 유지를 부탁했다. 이 조사는 응답자 수를 1015명에서 2008명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석열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다음 날인 2021년 6월30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조사’란 윤석열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기 1년 2개월 전인 2020년 1월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라는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다. 현직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을 대선주자 13명 가운데 포함한 이 조사에서, 윤석열은 10.8%라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 경험이 없던 검사 출신 윤석열은 2021년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47.85%를 득표해 홍준표 당시 의원(41.50%)을 제쳤다. 잇단 실수와 구설에 취약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대선 엿새 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기까지, 고비마다 윤석열의 협상력에는 ‘윤석열 대세’를 뒷받침할 여론조사가 중요했다.

당내 2차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10월5일, 김건희씨가 “홍이(홍준표가) 1등은 안 되나요?”라며 불안해하자 명태균씨는 “어렵습니다. 내일 자체조사를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김건희씨가 “야당 1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ㅠ”라고 말하자 명태균씨는 “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윤석열은 이재명과 홍준표 측에 관여하는 여론조사 기관이라며 특정 여론조사 기관의 이름을 명태균씨에게 보냈다. 명태균씨에게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국민의힘 당원 11%에 대해 “이놈들이 홍으로(홍준표로) 가는 거 아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2021년 10월5일 김건희 여사가 “홍준표가 1등 안 되는 게 맞느냐”라며 불안해하자 명태균씨가 “어렵다. 내일 자체조사를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김 여사가 “(윤석열이) 야당 1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한다”라고 하자 명씨는 “그렇게 만들겠다”라고 답했다.
2021년 9월24일 윤석열이 명태균씨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여론조사 기관 4곳을 특정한 글과 홍준표 캠프 관련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보냈다. 명태균씨는 뉴데일리·시사경남이 의뢰한 PNR 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전에 미리 보냈다.
2021년 10월21일 명태균씨가 국민의힘 당내 경선 책임당원 5044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면서 보냈다. 윤석열은 “그래요”라며, 이재명을 선택한 11%를 두고 “이놈들이 홍으로(홍준표로) 가는 거 아냐”라고 되물었다.


‘명태균 여론조사’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실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건희·명태균·윤석열 세 사람이 ‘원팀’으로 움직인 것은 여러 증거로 확인된다. 윤석열이 탄핵되면 내란죄 외에 가장 먼저 수사해야 할 사건이 명태균 게이트인 이유다.

2021년 7월4일 장모 구속에도 윤석열 지지율이 올랐다는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PNR 조사 결과 보도를 명태균씨가 보내자, 김건희씨가 “넘 좋네요”라고 답했다.
2021년 7월8일 김건희씨가 명태균씨에게 “제가 남편 지지율에 큰 방해가 되네요.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21년 7월19일 명태균씨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지지율이 높게 나온 MBC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며 “검언유착 보복이겠지요”라고 말하자 김건희씨가 “아”라고 답했다.


2021년 10월6일(추정) 명태균씨가 “꼭 총장님 당선될 겁니다”라고 하자 김건희씨가 “꼭, 만들어주세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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